이직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Job Description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부실한 Job Description

이직을 진행하면서 가장 시간 소비를 많게 만들거나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요인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부실하거나 애매모호한 Job Desciption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실제로 받아본 JD다)

업무 내용

  • RestAPI를 기반으로 자사 플랫폼 서비스 프론트엔드 개발

자격 요건

  • HTML, CSS(Sass), javascript, typescript에 대한 이해
  • Webpack, babel, ES6+, vue.js, react, angular 등을 이용한 SPA 개발 능력
  • 웹표준과 브라우저 호환성을 고려한 개발 능력

솔직히 이야기 하면, 이건 그냥 "Front-End 개발을 합니다" 단 하나의 말로 압축이 가능하다.
프론트엔드 개발 하는데 API 호출이 없을리가 만무하고, HTML/CSS/JavaScript를 이해하지 못하면 애초에 개발이 불가능한 수준이며, 프론트엔드 프레임워크들 대다수가 webpack 기반에 babel이 기본으로 끼어 있다. 웹표준, 브라우저 호환성을 고려할 줄 모르면 실제로 서비스가 어렵거나 고객 층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할테니 (사용자더러 크롬 최신버전 쓰세요~ 하면 과연...)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기본으로 깔아 두어야할 역량들일 거다.

그러니 실제로 그 회사에 입사하게되면 어떤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지, 무엇에 높은 가치를 두고 개발해야 하는지, 어떤 기술 스택을 사용하는지 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특히나 JD에서 가장 많이 보여지는게 "vue.js, react, angular 등을 이용한 SPA 개발 능력"과 같이 3개 프레임워크를 모두 명시하는 경우인데, 해당 회사에서는 3가지 프레임워크를 모두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3개 프레임워크를 모두 사용하고 있고 적절한 팀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 기술 면접을 봤던 D 기업의 경우 React를 사용하고 있었고 당시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실무 경험이 제로였었고 React는 튜토리얼을 한 번 따라해본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헤드헌터에게 거절 의사를 비췄었다.
당시의 헤드헌터는 이 기업이 React를 해 본 사람만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고 JS에 대한 경험이 많은 분들도 고려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 인터뷰 제안을 해서 결국 기술 인터뷰까지 갔었는데 기술 인터뷰의 끝자락에 React에 대한 경험을 물었고 당연히 경험이 없다 이야기 하고, 그 회사에서는 입사 후 당장 React로 프로덕트를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탈락했다.

만일 React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고 입사 후 당장 React로 프로덕트를 만들어가야 하며 학습과 병행하며 진행하는 것을 기다려주기에는 어렵다라고 JD에 명시하기만 했더라면 회사와 지원자 였던 나 역시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공에 흩뿌리는 일은 없었을 거다.

덕분에 이번 이직 때에도 3개 프레임워크를 명시한 JD들에 대해 다시 역으로 문의를 넣으면 그 때에서야 정확히 사용하는 프레임워크가 나오거나, 현재는 Vue를 사용 중인데 React로 변경할 예정이라는 식의 답변들을 제법 받게 되었다.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도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지원자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쏙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회사보다 지원자가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긴장감을 가지고, 지원할 회사들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을 재정비하고 기술 면접을 준비하고 때로는 과제를 진행하기도 하며 직무 면접, 임원 면접 등을 위해 해당 회사에 오가는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것도 지원자다.

물론 채용 시장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씨가 마른 것도 사실이다. 괜찮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다들 어디에 가있는지 보이지 않고, 이제 막 학원을 수료해서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지원자들이 태반인 것도 사실이다 (이건 나중에 다른 포스트에서 이야기 해 볼 예정이다)
그 때문에 pool을 늘리기 위해 저런 식의 JD가 나타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적지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부실한 JD를 받고 다시 내가 지원해도 좋을 회사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더 많이 들이느니 차라리 버리는게 더 낫다 생각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지원자에게 이력서나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를 대충 써서 내라고 하는 곳은 없다.
만일 이력서/자소서에 프론트엔드 개발이 가능하고, HTML/CSS/JavaScript 이해하고 다룰 줄 알며, Vue로 SPA를 만들어봤고 웹 표준, 크로스브라우징을 처리 할 줄 안다고 개괄적으로만 적어놓은 지원자가 있다면 과연 이 사람의 이력서/자소서를 보기나 할까?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방대한 분량 만큼 회사도 지원하고자 하는 이에게 상응하는 분량의 정보를 제공하는게 공정거래이지 않을까? =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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