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에게 질문할거면 예의 좀 지켜라


네이버 카페 앱으로부터 댓글 알람이 하나 왔다.

비전공자로 이제 막 학원을 수료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언해줄 사람을 찾는 글에 마침 집 근처이기도 하고해서 어느 정도의 도움은 드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댓글을 달아 두었었다.

그 댓글에 누군가가 조언을 구한다며 쪽지를 보냈다고 대댓글을 달아둔 것.

지금도 나는 그 쪽지를 열어보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 쪽지를 열어볼 생각이 없다.


잊을만 하면 꼭 한 번씩 이런 이들이 있다.

“초면에 실례인줄 알지만 몇 가지 질문 좀 하겠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쪽지 드립니다.”

이게 굉장히 웃기는 건데, "실례"인줄 알면서 실례를 무릅쓰고 실례를 한다는 거다.

그나마 이렇게 "실례"를 언급하는게 다행이랄까?
대부분의 이런 쪽지나 메일은 다짜고짜 내가 질문을 하겠다며 질문을 죽 늘어놓는 경우가 더 많으니 말이다.

오늘 받은 쪽지도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여쭤보고 싶은것이 몇 가지 있어 조언을 구하고자 쪽지 드렸습니다.”

라며 왔으니...

질문하기 전에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게 먼저다.

질문에도 예의라는게 있다.

길을 가다 길을 물을 때에도 다짜고짜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경우는 없다. 대다수 일단 물어볼 만한 사람을 물색(?)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저.. 실례합니다", "죄송한데..." 라며 길을 묻기 전에 상대의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걸어도 된다는 동의를 구하는게 먼저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예의라는걸 갖다 버린 인간들이 많아져서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나마 해외로 여행을 나가서 길을 물을 때에는 적어도 "Excuse me..?", "あの... すみません..."으로 운을 뗀다.

상대가 나에게 집중해주기 바랄 때 "실례해도 괜찮겠느냐"고 상대의 양해를 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이라고해서 다를 바가 없다.
상대방에게 무언가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얻고 싶다면 먼저 질문이나 조언을 구해도 괜찮을지를 묻는게 먼저다.

친구나 직장 동료라면 다짜고짜 질문을 해도 괜찮을지 몰라도, 적어도 모르는 이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무례다.

A에게 쪽지를 남기라 했지 타인에게 허한게 아니다.

나는 분명 A의 글을 읽고, 그 글의 내용으로부터 조언을 드릴 수 있겠다라는 판단을 했으며, 그에 따라 내가 조언을 드릴 의향이 있으니 생각이 있으면 쪽지를 달라고 "A"에게 댓글을 남긴 것이다.

만일 질답 게시판에서 B의 글에 답변을 달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C가 질문을 올렸다면 얘기가 달라질 거다. 왜? 애초에 질답 게시판이라는 것 자체가 내가 해당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질답 게시판도 아니고 멘토를 찾는 게시판에서 자기가 가진 문제와 해당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줄 사람을 찾는 글에 쪽지를 달라고 한 것은 그 사람에 한정된 것이다.

질문과 통보는 다르다.

만일 "몇 가지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쪽지를 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덧글이 달렸더라면 쪽지를 받을 지 말지를 결정해서 보내도 괜찮다 혹은 싫다는 답을 달았을 거다. 헌데, 이건 쪽지를 보냈으니 쪽지를 확인해보라는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다.

과장 조금 보태서 성격 파탄자가 아닌 이상에야 조언을 구하고 싶은데 질문을 해도 괜찮겠느냐 묻는데 싫다 안된다하는 이는 거의 없을거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이가 다짜고짜 질문을 던져놓으면 질문에 답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떤 이도 답변 자판기가 아니다. 커뮤니티에서 질문에 답변을 단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고 해서 그것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질문을 받겠다는 의사표현이 아니며 누구든 나에게 질문을 던져도 좋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누군가에게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질문할 권리가 있다면, 그걸 철저하게 묵인할 권리 또한 상대방에게 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무시하겠다면 그 사람에게 반대로 예의를 차리지 않는 것 역시 정당한 나의 권리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더구나 그것이 일면식도 없는 상대를 대할 때에는 적어도 지켜야할 예의라는 것이 존재한다. 굽신거리라는 것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실례인 줄 알면 실례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실례인 줄 알면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