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백수의 생활을 즐기면서(?) 신입 웹 퍼블리셔를 준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취업에 대한 조언과 상담을 하면서 종종 포트폴리오까지 검토하는 일이 조금씩 생기고, 얼마전에는 포트폴리오를 봐줄 수 있는지에 대한 요청 메일이 날라오기도 했다. (제 머리도 못깍는 중이 무슨... 이라고 하지만...)

3년 전에도 웹 퍼블리셔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앞으로 이야기 할 것들은 정답이 아니다. 그저 내 생각이고 의견일 뿐이니 참고 정도만 하자.


취업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일단 이것부터 결정이 되어야 한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웹 퍼블리셔로 취업을 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이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기 위함이냐 혹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냐를 결정해야 한다라는 거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웹 퍼블리셔를 하는 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이를 나누어야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하다.

내가 전문가로 일하기 위해서 취업을 하는 거라면, 전문가로서의 웹 퍼블리셔를 요구하는 회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이고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반면,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 취업을 하는 거라면, 말 그대로 (전문적인 역량까지는 필요 없이) 웹 퍼블리싱 결과물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을 요구하는 회사를 찾아가면 되고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 된다.

전자는 수고와 디테일이 제법 많이 들어갈 것이고, 후자는 수고와 디테일이 (그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도 괜찮다.

나는 전문가가 될꺼야

전문가로서 취업하려는 경우를 한 번 보자. 내가 웹 퍼블리셔 전문가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걸 가능하게 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가야 한다. 즉, 웹 퍼블리싱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당 업무에 대한 품질을 요구하는 회사.

그런 회사를 가려면 당연히 포트폴리오도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전문가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내용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어야 한다.

Markup Validator로 검사를 해보니 오류가 수두룩하고, 적절하지 않은 요소(element)들이 산재해있고, 요소 식별자(Element Identifier, i.e. class, id)에 대한 규칙이 없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 포트폴리오는 채용되기 어려운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당연히 웹 퍼블리셔의 전문성이 어디에 있고, 나는 그 중에 무엇이 강점인지를 여실히 드러낼 수 있어야 채용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전문가까지 될 이유는 없어. 단지 돈을 벌기만 하면 돼.

이번에는 웹 퍼블리셔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의 선택지 중 하나인 경우를 보자. 전문가로서 성장하려는게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선택의 폭의 더 넓으니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웹 퍼블리싱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웹 퍼블리싱에 대한 전문적 기술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결과만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쪽의 회사가 더 많이 포진되어 있는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할거다.

그러한 회사를 갈거라면 그 회사들이 요구하는 수준 정도의 실력만 가지면 되고 그 정도만 보여줄 수 있으면 충분하다. 아마도 대다수가 코드를 어떻게 작성했느냐보다는 눈에 보여지는 것이 다양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화려함(?)이 있으면 족하다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포트폴리오가 작성되면 된다.

어떤 업무에 지원할 것인가?

이전에 작성했던 게시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이지만, 포트폴리오는 결국 내가 무얼 할 줄 안다라는 것을 PR하기 위한 도구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원하고자 하는 업무에 관련된 것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 최소한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웹 퍼블리셔 업무에 지원할 것이라면 당연히 웹 퍼블리싱 산출물이 있어야 하고, 웹 디자인 + 웹 퍼블리셔 업무에 지원할 것이라면 웹 디자인 산출물과 웹 퍼블리싱 산출물이 담겨 있어야 한다.

허나, 지금까지 검토 요청을 받아본 포트폴리오들은 그러한 기준 없이 그저 나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웹 퍼블리셔로 지원한다고 하면서 웹 퍼블리싱 산출물이 존재하지 않거나, 디자인 산출물을 부각시켜 놓은 경우도 있었고, 어떤 경우는 오히려 그 사람의 역량을 판단할 거리가 너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포트폴리오까지 검토하게 되었던 케이스에서는, 국비지원 학원 강사가 포트폴리오를 가이드 하면서 웹 퍼블리셔로 지원하려는 이의 포트폴리오를 웹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까지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원자가 애초에 이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냥 되는 대로 나를 뽑아주는 회사가 있으면 거기를 가련다라는 것인지,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일단 아무데라도 들어가는게 우선이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지원하려는 기준이 없으니 포트폴리오 역시 마찬가지로 명확한 방향성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떤 형태의 회사에 지원할 것인가?

만일 최대한 수주를 많이 받아서 수익을 내어야 하는 웹 에이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포트폴리오는 당연히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알고 저런 것도 할 줄 알며 요런요로한 것들도 할 줄 알아요를 내세워야 할 거다. 당연히 그 만큼 많은 수의 작업물이 필요하다.

반면, 자사 서비스나 자사 홈페이지를 만드는 회사에 지원 하고자 한다면, 특정 사이트나 특정 시안을 하나 잡아서 그걸 나름대로 작업한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내세워야 할 거다.

네이버 하드코딩하는 사람들 카페에 포트폴리오를 몇 개 만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자주 올라오기도 하고, 앞뒤 없이 포트폴리오 갯수를 늘리라고 조언 하는 이들도 종종 있는데, 포트폴리오 갯수를 정하는 것 조차도 타겟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모르거나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되는 일들이지 않은가 싶다.

나는 무엇을 PR 할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포트폴리오는 PR을 위한 도구이고, 그렇다면 무엇을 PR할 것인지가 담겨있어야 하는 것이 포트폴리오다.

나는 시맨틱 마크업을 잘 해요라는 걸 드러내고 싶으면 시맨틱 마크업을 "잘" 한 작업물이 필요하고 (나 혼자 잘했다고 느끼는거 말고), 나는 웹 접근성을 잘 알아요를 드러내고 싶으면 웹 접근성을 최대한 제공하고 있는 작업물이 필요하며, 나는 이런 저런 기능을 만들 줄 알아요를 드러내고 싶으면 그 기능들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내가 PR하고자 하는 것과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요구 사항이 일치해야만 효과가 있다. 회사는 웹 접근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나는 이런 기능 저런 기능을 만들줄 알아요를 PR하고 있으면 그 회사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가 없다. (물론 기능 속에 접근성이 포함되어 있으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님아 동급의 사람들에게 포트폴리오 봐달라는 요청을 하지 마오

하드코딩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보면 자기의 포트폴리오를 봐달라는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문제는 자기가 정확히 어떤 회사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지, 자신이 어느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작업했는지, 어떤 역량을 부각시키고 싶은지 등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포트폴리오를 평가해 달라고만 글을 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웹 퍼블리셔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로 '디자인이 밋밋해요', '기능이 너무 없어요', '이뻐요!', '(visual만 보고) 잘 만드셨네요!!' 등등 코드와는 일절 관계없는 답을 주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실 정말 평가를 받고 싶다면 채용을 담당하는 정도의 급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해야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하드코딩하는 사람들 카페는 취업준비생부터 시작해서 경력이 많지 않은 이들이 주로 모여있는 카페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피드백이 과연 신뢰도가 높은 피드백일지는 당연히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스탭이라는 놈이 이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