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챙겨보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요새 원테이블 식당이 방송 때마다 핫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듯 하다.
뭐... 원테이블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골목식당 첫 편부터 계속 사장님들과의 갈등 속에서 엿보여지는 백종원 님의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들이 발견된다.
SBS의 편집 의도 때문이든 실제로 그러한 것이든 원테이블의 상황이나 원테이블 식당 사장님들의 실제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제해두고, 그냥 프로그램에서 비춰지는, 그래서 몰고오는 시청자들의 반응과 동시에 내가 느낀 것들을 토대로 의식의 흐름에 맡겨 글을 이어가본다.
장사는 절대 장난이 아니다.
백종원 님이 원테이블 식당 사장님들에게 방송 첫 날 했던 이야기다.
음식을 팔아야 하잖아요 근데 음식에 대한 준비가 안되있어요. ( 중략 ) 물론 가정에서 즐기는 사람이야 야 뭔 소리야? 된장넣고 하면 되지 그건 가정에서 즐기는거야 파는 사람은 그래선 안돼!"
방송 후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에 달린 덧글들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다른 직업에 빗대어보자. 나는 웹 퍼블리셔이니까 웹 퍼블리셔로 관점을 바꾸어 보련다.
내가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부분 역시 웹 퍼블리싱 업무에 대한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간간히 커뮤니티를 통해 멘토링을 진행할 때에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것들이 웹 퍼블리싱 업무에 대한 기본이다.
웹 퍼블리싱 업무에 대한 기본을 자꾸 언급하는 이유는 당연히 기본 자체가 없이 그저 코드로 그림을 그려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 때문이다.
음식을 파는 사람에 대한 기본이나 웹 퍼블리싱 기술로 돈을 버는 사람에 대한 기본이나 그 "기본을 갖추어야 함"에는 별반 다를바가 없다.
허나 재미있는(?) 건 신입은 몰라도 괜찮다라거나 눈에 보이는 결과만 잘 나오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태도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원테이블 식당 사장님들이나 별반 다를바가 없다.
기본이 안되어도 장사는 할 수 있다.
사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아도 장사는 할 수 있다. 원테이블 식당이 손님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랬으면 진작에 문을 닫았겠지) 백종원 님은 맛이 없다라고 평가하는 음식들을 맛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블로그 보고 맛집이라고해서 찾아갔는데 맛집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나...
다만 백종원 님의 기준에는 그건 돈을 받고 팔아서는 안되는 음식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거다.
사실 웹 퍼블리셔라는 직업 자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사장님들이나 웹을 잘 모르는 클라이언트들은 웹 퍼블리싱의 기본을 알 필요가 전혀 없다. 단지 결과만 보이면 되고 자기에게 만족을 주면 되니까.
하지만, 백종원 님의 이야기를 빗대면, 그 일을 하는 사람조차도 그런 식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라는 거다. 그냥 나 혼자 만들고 만족하는 그런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그 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자기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기본기를 안 닦고 뭔가 지름길을 간거야 지금
솔직히 얘기해 봐. 라구 소스 만들어서 예를 들어서 무슨 뭐 알리오올리오부터 시작해서 다 할 수 있어요? 그거 다 맛있게 한 다음에 불고기 파스타를 만들거나 된장파스타를 하는거에요. (중략) 기본 바닥에 베이스를 완벽하게 한 상태에서 그 다음에 내가 응용을 들어가고 하는 거지
많은 웹 퍼블리셔들이 웹에 대한 기본기를 닦지 않고 국비학원이라는 지름길로 와서 바로 취업이 잘 되고 적지 않은 돈을 벌기를 원하는 듯 하다.
지름길로 와서 식당을 개업했다. 가능하다.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해도 손님은 오고 돈은 벌린다.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본이 없으니 무언가 문제가 발생되면 해결이 안되고, 해결해 달라는 질문 글을 올리기 바쁘다. 무언가 UI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본이 없으니 만들 수가 없어 이런 저런 기능을 하는 플러그인을 있는지를 물어야 하고, 심지어 그 플러그인을 써도 조금만 커스텀이 필요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을 올리기 바쁘다.
그 시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 말 한마디로 인해 엄청난 비난의 댓글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테이블 식당 사장님들이 맛보다 비쥬얼에 치중하고 있을 때, 많은 이들이 음식이 맛이 있어야지 비쥬얼이 이쁘면 뭐하냐라는 등의 덧글을 쏟아 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자기 직업으로 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나는 웹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웹 표준, 웹 접근성, 시맨틱 마크업에 대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그러한 것보다 그냥 웹 브라우저에 PSD와 동일한 모습으로 구현만 되도 충분하지 않은가의 태도를 더 가지는 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JavaScript를 웹 퍼블리셔가 해야 하나요?"라는 말이 나왔을리가 없지 않나.
맛있어야 되고 맛있는 대비 가격이 비싸면 안된다는게 내 음식에 대한 철학이야.
백종원 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은 확고하다. 이것은 푸드트럭에서부터 골목식당의 매 회차마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맛도 없고 비싸 이걸 누가 먹어. 그냥 소세지에다 같이 넣고 구운거야 집에서 친구들 불러다놓고 장난치듯이. 이게 애들 장난이지 음식이야?
애들 장난이라는 표현이 진심에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친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충분히 저 정도로도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갑자기 고든 램지 키친 나이트메어의 새미와 에이미 편이 생각나버렸다 ㅋ. 심지어 그들도 장사를 했고 손님이 없지 않았다. (물론 방송 나간 뒤 폐업 되었지만)
어쨌든, 백종원 님의 자기 직업에 대한 철학은 다시금 직업적 전문성에 대해 깊이 있게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게 했다.
겉만 반지르르, 어차피 맛이 있든 없든 (문서 구조가, 접근성이, 코드가, 잘되었든, 지저분하든, 아니든) 손님은 있어가 아니라 (돌아가게만 만들어도 일하는데는 문제 없어가 아니라), 돈을 받고 파는 사람으로써 (이 기술을 회사에 제공하고 돈을 받는 사람으로써) 그에 합당한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진짜 전문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