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첫 날 눈 내리는 일본에서 맞이하는 여행 아침.

빗방울이 맺힌 창문 밖으로 초점이 맞지 않아 빛망울들이 보인다

한 해의 첫 시작이라서 그런지 무언가 살짝 센치해졌다.


아침 눈 덮인 삿포로 구 본청사의 모습은 전날 밤에 보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내었다.

하얗게 눈이 얇게 덮힌 지붕 아래 붉은 벽돌로 층층이 쌓인 벽의 대비가 문득 참 잘 어울리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하얗게 눈 덮인 지붕 아래 붉은 벽돌의 삿포로 구 도청사


이후 간 곳은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것 같다는 의미로 지옥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짙은 유황냄새가 가득하고 곳곳에서 수증기가 퍼져 올라오기 때문이지 싶다.

눈 덮인 계곡 사이로 온천수가 흐르는 길이 나있고 곳곳에서 수증기가 퍼져 올라온다.


노보리베츠에서 웃픈 시트콤 한 장면이 생겨났는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중에 옆에 한국인 가족끼리 여행을 온 것인지 사진을 찍다가 가족 전체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족 중 5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저 아저씨한테 부탁해봐"

라며 나를 가리키는 듯 했다. 그러자 딸로 보이는 여성분이

"아저씨 아닐 수도 있어! 아저씨라고 하지마~"

라는데, 어머니는 계속

"아 어쨌든, 저 아저씨한테 부탁해봐"

라고 하시고... 딸은 계속

"아저씨 아닐 수도 있다니까?"

라고 하기에...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저 아저씨 맞아요"

라며 그들의 논쟁(?)을 잠재우려했는데... 돌아온 외침...

"어!! 한국인이세요?"

...

대체 날 어느 나라 사람으로 본거냐...


지옥계곡을 뒤로하고, 다시 이동해 간 곳은 伊達時代村. 에도시대를 재현한 민속촌이란다.

민속촌 한가운데 연못이 얼어있고 주변으로 각 체험장 건물들이 있다.

민속촌에서는 4개의 공연이 있었는데, 패키지 일정 상 오이란 쇼를 관람.

세 명의 배우가 공연 중 박장대소를 하고 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이가 이 공연의 흐름과 관객을 향한 설명을 이끌어가시는데 관광 온 온갖 나라들의 몇 가지 단어들을 구사하면서 재치있게 이끌어가는 통에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민속촌에서 나와 쇼와신잔을 구경하고, 마지막 관광으로 도야 호수.

호수 한 가운데에 큰 섬 하나와 두 개의 작은 섬이 보인다.

도야 호수는 칼데라호 한가운데에 다시 화산활동으로 인해 섬이 솟아 오른 형태라고 한다.

큰 섬에는 야생 사슴도 많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보면 볼 수록 신기한 것이 자연인듯 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마침 숙소에 라멘을 판매하는 곳이 있기에 일본에서의 마지막 일정에라도 라멘을 먹어보겠다는 일념(?)으로 내려가서 라멘 한 그릇!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인상 좋아보이는 주인(?) 할머니 한 분이 앉아계시기에, 그래도 제 2외국어였다고 기억나지도 않는 일본어를 꾸역꾸역 끄집어 내어서,

"ハーフ 味噌ラーメンと 生ビール お願いします。"

하고 더듬더듬 말하자, 할머니가 무언가 손짓을 하는데 그 끝에 보이는 자판기... 아하하하... 그렇지, 일본은 자판기 주문 문화가 잘 되어 있지...

자판기에서 주문을 마치고 식권을 드리니 얼마지나지 않아 나온 삿포로식 미소라멘과 아사히 생맥주 한 잔.

삿포로식 미소 라멘 반 그릇과 아사히 생맥주 한 잔

역시 삿포로식 미소 라멘의 구수하면서도 짭쪼름한, 순간 확 식었다가 다시 서서히 입맛을 돋구는 맛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 4개의 맥주와 과실주들.

츄하이 포도맛, 츄하이 메론맛, 삿포로 클래식 맥주, 삿포로 후라노빈티지 클래식 맥주

전부 훗카이도가 아니면 맛 볼 수 없고, 특히나 후라노빈티지는 수량 제한까지 있는 한정판이라고... ㅎ


그리고 다음날이기는 하지만 일본을 떠나기 전 호텔에서 날려본 드론 영상!


전체 사진은 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