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럽 여행의 마지막 날. 출국 시간이 오후 9시였기 때문에 하루를 그냥 보내기에는 시간을 너무 많이 버리게 되는 상황이 될 것 같아 취리히에서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차에 발견한 라퍼스빌 요나.

라퍼스빌 요나는 취리히 호수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장미의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딱(?) 내 취향스럽기도 하고 취리히 호수에서 유람선도 타보고 싶어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라퍼스빌 요나 행을 결정해두었다.

이 날 혼자 여행 중이던 다른 두 명의 남자분들과 함께... 남자 셋이 장미 마을을 구경하러... 쿨럭...

유람선만으로 대략 2시간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취리히 뷔르클리 플라츠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매표소는 아직 열지 않았고 자동 판매기만 이용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매표소에 있는 3개의 창구가 모두 닫혀 있고 매표소 앞에 커다란 자동 판매기가 두 대 놓여있다.

선착장으로 배 한대가 들어오고 있다.

동행할 분들을 만나고 나서 표를 구매할 때가 되니 슬슬 창구가 열리기 시작해서 자동 판매기를 이용하려다가 창구로 가서 구매를 시도했다. 이 날 동행한 분 중 독일어 대화가 가능한 분이 계셔서 표를 구입하는데 어렵지 않게 필요한 표를 구입!!

유람선에 승선하여 맨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취리히 호수를 구경하면서 두 시간을 이동했다.

유람선 맨 뒤에는 빨간 스위스 깃발이 걸려 있어 유람선이 달리는 내내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과 함께 호수와 호수 주변가를 구경하면서 이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라퍼스빌!!

저 멀리 푸른 언덕과 호숫가 앞에 호수를 향해 놓인 빨간 벤치가 보인다.

선착장 근처에 인포메이션이 있어서 여기서 라퍼스빌 시티맵을 얻어왔다. 시티맵에는 라퍼스빌을 어떻게 걸어다니면 좋을지에 대한 경로가 대략적으로 표기되어있어 어떤 순서로 돌아볼지 결정하기 쉽게 되어 있다.

라퍼스빌은 꽤 작은 마을이라서 하루면 충분히 곳곳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발이 빠르고 어디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면 반나절만에도 휙 둘러볼 수도 있을 듯. 우리는 외곽을 따라 걸으면서 내부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로를 택했다.

선착장에서 내릴 때 보았던 그 곳!!

둥글게 오메가 모양의 형태로 만들어진 작은 공원에 호수를 향해 4개의 빨간 벤치가 놓였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빨간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역시 스위스의 대표 색상은 빨간색인듯 하다.

새빨간 나무 벤치에 두 여성이 앉아서 눈 앞에 펼쳐진 호수와 호수 저편으로 보이는 언덕의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라퍼스빌은 아직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중의 하나라서인지 라퍼스빌을 둘러보는 내내 동양인은 단 한 명도 보질 못했다. 덕분에 아주 쾌적(?)하게 여행을 즐겼... ㅎㅎ

길을 따라 걷다 성당 옆 작은 정원(?) 난간에 현지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걸터 앉아서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유럽에선 난간에 걸터 앉는걸 참 좋아하는건가... 어딜 가도 난간 등에 걸터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작은 정원 가운데 짙은 분홍색 꽃이 피어있고 뒤 난간에 두 명의 남학생과 두 명의 여학생들이 걸터 앉아 이야기 나누고 있다.

걷다보니 바닥에 체스판을 만들어 놓고 허리 높이까지 오는 커다란 체스 말을 들고 체스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정말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거 있으면 재밌을 거 같은데 ㅎㅎ

7,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두 명의 아이가 자기 키의 반 만한 체스 말을 들고 놀고 있다.

라퍼스빌을 돌아다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한 가지는 성 내에서 사슴이 방목되어 있다는 것!!! 완전 가까운 거리에서 사슴을 볼 수 있었다.

곱고 윤기가 나는 갈색 털에 흰 점들이 박힌 사슴 4마리가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한 곳에는 역시나 여느 여행지처럼 철망에 자물쇠들이 걸려 있는데, 이 곳은 아직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지 자물쇠가 몇 개 걸려 있지 않다 ^^;; 혹은 어쩌면 워낙 조용한 여행지라서 그런 여행자들이 없는 것일지도 ㅎ 라퍼스빌을 돌아다니면서 좋았던 것 중의 하나가 정말 조용한 휴양지였다는 거다.

취리히 호수가 보이는 철망에 20개가 채 되지 않는 자물쇠들이 걸려있다.

그런데... 분명 장미의 마을이라고 했는데... 대체 장미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하고 있는데 눈 앞에 장미 정원이 들어왔다. 다만... 역시 10월 초라... 장미가 거의 없... 흑...

직사각형의 정원 가운데로 빼곡하게 장미 나무가 심겨 있고 많은 잎들 가운데 듬성 듬성 아직 지지 않은 장미 꽃들이 보인다.

역시나 장미 공원 한 쪽에는 예쁘게 핀 장미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장미 나무들을 향해 방향을 두고 자리잡은 하얀 벤치가 놓여 있다.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벤치 하나와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가 장미 나무를 향해 자리잡고 있다.

장미 공원 중간에 아마도 포토존일 듯 한 공간도 만들어져 있었다. 장담하건데, 우리나라 여성 분들이 이 곳으로 여행을 온다면 저 곳에서 반드시 사진 남긴다에 내 손모... 읍! 읍!!

장미 나무들로 둘러싸여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듯 한 공간이 만들어져있다.

잠깐 장미들도 좀 구경하도록 하자.

짙은 다홍색의 장미 두 송이가 활짝 피어있고 그 옆으로 아직 살짝 벌어진 두 송이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안쪽으로는 하얀 속살에 꽃잎 끝자락으로 갈 수록 점점 짙은 핑크빛을 발하는 한 송이 장미가 고고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노란 속살에 꽃잎 끝자락으로 짙은 핑크빛으로 테를 두른 장미들이 활짝 피어 있다.

이제 거의 다 져가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이쁜데... 장미가 만개해 있을 때 오면 어떨까를 상상해보면 과연 장미 마을이구나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꼭!! 장미가 피어있을 때 다시 오리라!!!

장미 정원을 나와 다시 길을 걷다보니, 호수 위를 가로질러 저 멀리 보이는 마을로 연결해주는 긴 목조 다리가 놓여 있었다.

길고 긴 목조 다리가 호수 너머 저 마을까지 이어져있다.

목조 다리를 건너는 내내 아마도 다리를 보수 하시는 분들로 여겨지는 분들이 중간 중간 계속해서 튀어나온 못 들을 사람들의 발걸음에 걸리지 않게 눌러 넣고 평평하게 손질을 하고 있었고 새 목재로 교체한 듯한 낡은 목재들이 한 곳에 놓여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중에 다리 아래로 보트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한 노부부께서 남편분이 보트를 몰고 보트 뒤에는 아내 분께서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고 다리 반대쪽에서 나오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할머니 분께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셨다 ㅎㅎㅎ

하얀 작은 보트에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남편분께서 보트를 운전하시고 보트 뒤편에 아내분께서 누워 여유를 만끽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게 진짜 노년의 여유라며, 저렇게 여유를 즐겨야 한다고 우리에게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보여주신 할머니라며 남자 셋이서 떠들석 ㅋㅋㅋ

목조 다리 중간 즈음 갔을 때 시계를 보니 이젠 다시 돌아가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 또르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 맡겨 놓은 짐을 찾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모 여행사(정말로 '모'로 시작하는 모 여행사)에서의 행동 때문에 눈살을 잔뜩 찌푸리기도 했지만, 취리히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공항에서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짙게 어둠이 깔린 밤하늘 아래로 다시 한국으로 데려다줄 비행기가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다시 또 보자.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많은 일정을 가지고 와서 더 많은 시간을 즐기다 가리라 ㅠ

* 여행 전체 사진은 flickr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