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째 이번 여행은 내내 비가 내리는지... 흑...

숙소에서 다른 사람들도 역시 비 때문에 섣불리 밖으로 나서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오후에 번지점프 일정이 있어 시간을 마냥 버릴 수는 없는지라 카메라에 레인커버를 장착시켜주고 무작정 밖으로 나섰다. 헌데 걷기 시작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비가 그쳤다. 야호!! ㅋ

대략 6시간 정도의 시간이 사용 가능했기에, 동역 브리엔츠 호수에서부터 서역에 있는 튠 호수까지를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하고 우선 브리엔츠 호수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비가 그친 인터라켄의 도로. 차도 뒤로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산에는 하얀 안개 같은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를 지나니 길 한가운데로 철로가 지나가고 있더라.

울긋 불긋한 양 쪽의 나무들을 가로질러 검은 자갈들과 철로가 깔려 있고 철로 저 끝으로 정거장이 보인다

난 왜인지 모르게 이런 풍경이 참 좋더라 ㅎㅎ

브리엔츠 호수로 가는 길에 작은 강이 하나 흐르는걸 발견했는데, 강물 색이 청록빛이다!! 신기하다!!

저 멀리서부터 예쁜 청록빛을 띈 강물이 S자를 그리며 흐르고 있다

드디어 도착한 브리엔츠 호수!!

끝 없이 펼쳐진 청록빛의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치고 하늘의 새하얀 구름이 호수 위에 드리워져 있다.

14mm 렌즈로도 다 담기지 않는 풍경이 그저 아쉽다 ㅠㅠ 실제는 사진보다 훠얼~씬 더 이쁘다.

스위스에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목장(?)이 엄청 많고, 염소며 소며 방목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길 가 바로 옆으로 넓은 잔디밭에 낮은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안에 염소들이 모여서 풀을 뜯고 있다.

심지어 알파카도 볼 수 있다!!! 알파카를 실물로 처음봤다 ㅋㅋㅋ

목을 길게 빼어 꼿꼿하게 세워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알파카

브리엔츠 호수 구경은 했으니 이제 다시 튠호수를 향해서!!

튠호수로 가는 길에 회헤마테 공원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 사이로 붉은 색 낙하산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다

훗... 나는 이미 체코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지. 패러글라이딩 따위(?) 감흥도 없다 ㅋㅋㅋ

인터라켄 서역(Interlaken West) 근처가 가까워지니 다시 마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로가 보인다.

저 멀리 왼쪽에서 코너를 돌아 들어오는 철로의 양 옆으로 상가와 집들이 있다. 기차가 다닐 땐 시끄럽지 않을까?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아이 하나가 내 등을 톡톡 친다. 뒤를 돌아보니 7~8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손짓 발짓, 의성어를 섞어서 내게 무언가 설명 한다.

정리해보니 "여기서 사진 찍으면 기차가 와서 쾅하고 부딪혀서 죽을지도 몰라 조심해" ㅋㅋㅋ

흔하게 보이지 않는 검은 머리 동양인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와서는 "쾅!" "푸슈" "으엑" 그러며 이야기 하는게 참 귀엽기 그지 없었다. ㅎ

알려주어 고맙다고하며 철로를 지나 길을 계속 걸으니 이 어린 친구도 가방을 흔들며 마트로 들어간다. 수중에 간식거리가 있었으면 손에 쥐어줬을 텐데 아쉽다 ㅎ

인터라켄 서역 옆으로 흐르는 강을 왼쪽으로 끼고 걸으면 현지 사람들의 산책로라고 소개된 길이 하나 있다. 그래 관광객이 많이 돌아다니는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다니는 곳을 가는게 좋지하며 길을 찾아 나섰다.

왼쪽으로는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이, 오른쪽으로는 넓은 푸른 잔디밭이 있는 자갈 길로 앞에 현지 여성분과 반려견이 산책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너무 조용하고 단 한 명의 관광객도 마주치질 않아서 너무 좋았다 ㅎㅎ
가는 길에 저쪽에서 오는 산책 중인 노인 분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튠 호수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그래 이런게 여행이지!!!

마침내 도착한 튠 호수. 그런데... 음... 여긴 별거가 없네?? 아마도 산책로를 따라온 탓에 풍경이 사뭇 다른가 보다. 어느 책이었던가 블로그에선 튠 호수가 거대(?)하고 이쁘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뭐 나쁘지 않다.

넓은 호수 저 끝으로 산들이 보이고, 호수 중간에 나무 근처에 오리 몇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다.

땀을 식히며 잠깐 쉬다 시계를 보니 이제 곧 번지점프를 위해 약속 장소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부랴부랴 다시 인터라켄 서역으로.

체코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계획을 가지고 여행 준비를 할 때, 스위스에서는 뭐 할게 또 있으려나 찾아보던 차에 스톡호른에서 번지점프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무엇보다 여기 번지점프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다가 중간에 서서 케이블카에서 뛰어내리는 점프라기에 그래 이거다!! 싶어 내 꼭 두 가지 버킷리스트를 다 해치우리라(?)며 예약해두었다. 높이도 무려 134m. 성남 분당 율동공원에 있는 번지점프가 45m이니 무려 3배에 달하는 높이다. ㄷㄷㄷ

참고로 예약은 몽트래블을 통해 Alpin Raft에 예약했다.

서역에 도착하니 Alpin Raft라고 쓰여진 봉고차 한 대가 저 멀리 주차되어 있더라. 창문을 똑똑 두드려 운전자를 부르니 "bungee jump?"라고 묻는다. 아마도 나 혼자였는지 태우자마자 바로 이동하더라 ㅋ

얼마나 붙임성이 좋은지 운전하는 내내 어디서 왔냐? 번지점프는 해 봤냐? 한국에서는 무슨 일 하냐? 여기는 언제 왔냐? 여행 며칠 째냐? 스위스에는 얼마나 머무르냐? 내일은 뭐할거냐? 등등 계속 질문이 쉬지않고 쏟아내더라 ㅋㅋㅋ

몇 분을 달려 도착한 베이스.

베이스에 도착하자마자 나더러 일단 맥주 한 잔 하라고 한다. 무료라며 ㅋㅋㅋ 맥주 먹고 긴장 풀고 그래도 긴장 되면 맥주를 2, 3캔 마시고 술 김에 뛰라고 ㅋㅋㅋㅋ

도착해서 설명을 들으니, 한국인 3명이 더 올거라고 한다.
나 말고 한국인이 3명 더 있나보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한국인 3명만 더 온다는거... 맙소사!

보통 번지점프는 한국인이 오는 경우가 많지 않고, 더구나 한국인들만 뛰는 경우는 더더욱 없는데 이날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외국인이 단 한 명도 없고 오로지 한국인들만 모이게 되었더라는... ㅋ

다른 분들이 도착하자 다시 봉고를 타고 스톡호른으로 이동.
이게 다행인건지 안 좋은건지... 한국인들끼리 모인 덕분(?)에 봉고차로 이동하는 내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감을 한참 떨궈냈다 ㅋ

번지점프를 하러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 중에 한 컷. 오른쪽 뒤에 파란 옷을 입고 양손을 V 하고 있는 이가 봉고차 운전 담당(?)인 로니다.

케이블 카 안에서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모인 한국인 3분과 알핀래프트 직원 3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안전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호수 위로 이동... 으아... 완전 초 긴장상태에 이른다.

문이 열린 빨간 케이블카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문 앞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이 순간이 정말 떨리더라. 어떻게든 단 한 번에 뛰어내려야 한다며 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는지 ㅋㅋㅋ ‘한 번에 뛰어야 한다.’, ‘한 번에 못 뛰면 아예 못 뛴다.’, ‘꼭 한 번에 뛰어 내리자.’며 계속 혼자 속으로 ㅎㅎ

마침내 카운트다운이 울리고 "5! 4! 3! 2! 1! bungee~!"하는 외침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 나갔다 ㅋ

호수 위 공중에 두 팔을 쫙 펴고 V를 그린 채 뛰어 내리고 있다.

스카이다이빙과 비교해 보면, 번지점프가 훠어어어어얼씬 더 무섭다. 거기다 바닥이 호수라서 그런지 뛰어내린 순간에 눈 앞에는 온통 그냥 녹색 빛 밖에 보이지 않고... 공중에 몸이 붕 떠 있다는 느낌과 동시에 사고가 잠시 정지 되었... ㅋㅋㅋ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땅과 수평을 이룬채로 잠시 공중에 떠 있다가 갑자기 아래로 훅 고꾸라졌다. ㅋㅋㅋ

호수 아래로 내려오고 나니 정신이 드는데 ㅋ 어후... 다시 뛰라고하면 신나서 또 뛸 거 같다 ㅋㅋㅋ

* 여행 전체 사진은 flickr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