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의 아홉째 날은 뮌헨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인터라켄으로 넘어가는 데 하루를 꼬박 다 써버렸다 ㅠ

뮌헨에서 인터라켄으로 넘어가는 야간 열차도 없어서 아침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는 야간열차가 있다 하더라도 딱히 타고 싶지 않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정신없이 짐을 챙겨 나가느니 여유있게 준비해서 가기 위해 오후 일찍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덕분에 오전 시간이 충분히 여유가 있어 한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갈 선물을 사려 뮬러에 갔는데...

문을 닫았다!!!! 분명 오픈 시간이 한 시간 정도 지났는데!!!
알고 보니 이날은 일요일... 여행이 길어지다보니 요일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려서 일요일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던 거... ㅠㅠ

유럽은 주말이면 거의 대다수 마트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요일을 잘 보고 있어야 했는데... 그나마 중앙역 근처들은 여는 곳들이 더러 있기 마련인데 뮌헨 중앙역 근처에 있는 드럭 스토어들은 전부 일요일에는 문을 닫더라 ㅠ

그덕에 결국 뮬러에서 사려고 했던 아요나 치약이나 영양제, 단 하나도 사지 못하고 그나마 열려 있던 마트에서 비싼 값에 하리보 젤리와 초코렛을... ㅠ

뮌헨에서 인터라켄까지는 무려 7시간을 이동해야 하고 직행 열차가 없어서 한 번 환승이 필요하다.

이날 환승할 때도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는데 ㅋㅋㅋ
카를스루에에서 ICE 열차로 갈아타는 환승 시간이 약간 빠듯해서 열차 칸 번호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눈에 띄는 좌석 번호만 보고 탑승했는데... 웬걸 누가 내 좌석 번호의 자리에 앉아있다.

거기 내 자리 같은데... 라고 말하니 자기 자리가 맞다며... 자기가 예약했다고 하더라.

이게 대체 무슨일인가 난감해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자기가 잠깐 확인해주겠다며 티켓을 보시더니 이 칸이 아니라고... 헐...

근데 열차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캐리어를 들고 도저히 다른 칸으로 이동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다음 역에 도착하면 빨리 내러서 다른 칸을 뒤져봐야겠다고 계획하고 있는데, 옆에서 그걸 보고 있던 중년 부부께서 자신들이 캐리어를 잠시 맡아 줄테니 다른 칸 넘어가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해주셔서 다행히 다음 역에서 내리기 전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이 열차는 각 열차칸마다 좌석번호가 1부터 다시 시작하는 그런 열차였더라는...
그 부부 덕분에 다음 역에서 정차하는 2분 동안 후다닥 칸을 옮겨타 무사히 자리에 안착 ㅋ

이후로 4시간 동안 열차 안에서 밀린 사진 정리와 보정 작업을 했다는...

열차 창 밖으로 어둑어둑해진 숲이 보이고, 노트북으로 라이트룸을 띄워서 사진 편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