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가 사랑했다고 알려진 신성로마제묵의 작은 보석 상자. 이번 여행 일정은 뉘른베르크다.

전날 로텐부르크에 동했었던 이들의 이야기로는 뉘른베르크는 한국의 명동 같고 별로 볼거리는 없다고 했지만, 여행에서 어디 볼거리 없는 곳이라는게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어차피 처음 세운 계획 안에 뉘른베르크가 있었으니 굳이 일정을 수정하지 않고 실망하더라도 보고 실망하자 싶어 뉘른베르크 강행!! 그리고 무엇보다, 백소시지 원조라고 하지 않는가!!! 원조라면 맛을 안 볼 수가 없지!!!

전날 밤, 카톡으로 동행 요청이 와서 야간버스를 타고 뮌헨에 새벽에 도착한 분과 함께 아침을 먹고 뉘른베르크로 향했다. 빠른 이동을 위해 ICE를 타고... 남은 좌석이 없어서 입석으로 끊어다가 열차 한 쪽 바닥에 털푸덕 앉아서 1시간 반을 이동 ㅋㅋㅋ

뉘른베르크 역에 도착해서 내리니 비가 온다... 또... ㅠㅠ
내리는 비에 당장 카메라 꺼낼 엄두도 못내고 일단 뉘른베르크 지도를 얻기 위해 근처에 위치한 인포메이션으로 후다닥...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얻고, 출발 전에 만약을 위해 구매해둔 우의를 뒤집어 쓰고 쾨니히 문으로 향했다.

쾨니히 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옆으로 보이는 수공예인 광장.

하얀 석고를 바른 듯 보이는 벽 면에 나무로 포인트를 낸 듯한 건물을 양쪽으로 돌 길이 나있고, Rundgang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달려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딱히 눈에 보이는게 없... ㅠ
일단 우리 목적은 뉘른베르크 카이저부르크 성이기 때문에 발길을 돌려 시내 안으로 들어갔다.

체코에 있을 땐 여기저기 뜨레들로가 보기 쉬웠는데, 역시 독일은 프레젤이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프레젤을 먹지 않았지... 왜 안먹었을까 ;;;

팔각으로 된 작은 매장의 투명한 유리 안으로 쌓여진 프레젤이 보이고, 매장 안의 직원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비둘기들에게 빵 조각을 주고 있는 노인분을 발견!! 이건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광경인데!!!

안경을 쓰고 나이가 들어 희어진 뒷머리만 있는 건장해 보이는 체격의 노인 분께서 나무 벤치에 앉아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비둘기와 참새들에게 빵조각을 뜯어 던져주고 있다

뉘른베르크에도 크리스마스마켓이 있다. 내가 여행 중인 때는 10월이라... 아직 크리스마스마켓 시즌이 아니라서 크리스마스 용품은 없고 과일이나 맥주 등을 판매하는 마켓으로 사용되고 있더라.

그래도 여기가 크리스마스마켓입니다 라는 걸 알게 해주는 빨간 색상의 버스가 눈에 띄인다.

넓은 광장 한 쪽에 빨갛고 하얀 색으로 치장된 귀여운 관광 버스가 보인다.

토마토, 고추, 오이, 호박, 감자, 당근, 꽃 등등 갖가지 야채 같은 것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여기에선 트러플을 판매하는 곳이 많더라...

한 매점은 크기에 따라 가격을 적어둔 트러플 덩어리들과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유리병에 담긴 제품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다

이 크리스마스마켓 광장에는 아름다운 샘이라고 불리는 우물이 있는데, 황금색의 4층짜리 첨탑이 세워져 있고, 그 주변으로 철조망이 둘러져 있다. 이 철저망에는 황금색의 고리가 달려있는데, 이걸 왼쪽으로 세 번 돌리면서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내 소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긔)

딸 아이가 고리에 손이 닿지 않아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딸아이를 안아들고 고리를 돌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도를 보며 길을 계속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카이저부르크 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 작아보이는 카이저부르크성. 성 입구옆으로 보이는 성벽과 그 뒤로 보이는 망루가 아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약간 실망하며 성안으로 들어가보면!! 어라? 예쁘다!!

붉게 물든 단풍 벽과 파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어 보인다

워낙 배경이 예뻐서 단풍 벽을 배경으로 동행분 사진을 한 두장 찍어드렸는데 사진이 워낙 이쁘게 나오다보니 더 찍어달라셔서 흔쾌히 몇 장을 찰칵 찰칵

주황색 벽돌에 다홍색의 나무 문,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잎들로 벽이 덮인 건물 앞에서,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여자분이 하얀 에코백에서 무언갈 찾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계속 풍경 사진만 찍고 다니다가 간만에 인물 사진을 찍어서 그런지 기분 좋게 여러 장을 계속 찍어댔다 ㅎㅎ

카이저부르크 성 안을 둘러보고 출출해진 배를 채울 겸 다시 내려가는 길에 눈에 띈 모습! 유럽에 와서 정말 기분이 좋아지게 했던 모습들 중 하나가 많은 노부부들께서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시는 모습이다. 나도 누군가와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머리가 하얗게 센 남색 코드를 입은 할어버지와 그 옆에 빨간 야상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할머니께서 팔짱을 끼고 길을 걷고 있다

백소시지의 원조인 뉘른베르크에 왔으니 먹는건 당연히 백소시지!!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Bratwursthäusle로 향했다.

날이 살짝 쌀쌀해서인지 야외 테이블들은 비어 있고 담벼락에 Bratwursthäusle라고 쓰여 있다. 그 뒤로 보이는 뽀족한 건물과 빵소시지 가격이 적힌 입간판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우어... 빈 테이블 하나 없이 바글바글 하다

어두운 조명에 목조 건물이 산장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직원이 와서 인원을 확인 후 자리가 없어서 야외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노신사께서 아니라며 본인이 자리를 만들어 주시겠다면서 5분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라 ㅎㅎ

그러고서는 어디서 왔냐기에 코리아에서 왔다니까 여기 코리안 너무 많다면서 여기도 코리안 저기도 코리안 코리안 너무 많아 그러는데... 음... 저기는 중국인 여기도 중국인... ㅋㅋㅋㅋ 뭐 내가 서양인들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일지 구분 못하는것처럼 똑같은 거겠지 ㅎㅎㅎ

자리에 앉자마자 일단 마실 것부터 주문! 유럽을 세 번째 방문하는 거다 보니 이제는 익숙하다 ㅎㅎ
난 흑맥주파!!!

0.4l 라고 적혀있는 얇고 긴 유리 잔에 검붉은 빛깔을 내는 흑맥주가 두꺼운 거품층을 만들며 담겨 있다

자리를 주방 바로 앞으로 마련해주셔서 주문한 소시지가 나올 때까지 주방 구경 시작 ㅋㅋㅋ

하얀 옷에 검은 나비넥타이를 맨 직원들이 기다란 집게를 들고 소시지를 굽고 있다.

마침내 나온 뉘른베르크 백소시지와 감자 샐러드!!!

하트 모양의 접시에 담긴 잘 구워진 10개의 소시지와 감자떡을 연상시키는 비쥬얼의 노란 감자샐러드, 꿀단지 같은 항아리에 노란 머스타드 소스가 제공된다

검색해서 봤을 땐 그냥 둥그런 접시에 나왔었는데 남녀가 와서 그런가 하트 접시... ㅋㅋㅋ (저흰 오늘 처음 본 사이라구요 ㅋㅋㅋ)

맛은 쌍 따봉을 날린다!!! 살짝 짭조름하면서 불맛이 참 좋다. 감자 샐러드도 부드러우면서 짭조름한게 역시 맥주와 너무 잘 어울린다.

둘이 10개 정도를 먹으니 살짝 모자른 듯하게 부담없이 먹기 좋다.
먹는 양이 많다면 소시지를 더 주문하는 것 보다는 빵을 주문해서 빵 사이에 소시지를 끼워 먹는걸 추천!!

배도 채웠겠다 이제는 입가심으로 글루바인(Glühwein)을 마시러!!

2016 크리스마스마켓 그림이 새겨진 두 잔의 파란 머그잔을 빨간 꽃이 담긴 화분 옆에 두고 사진 한 장

올해는 2017년이지만 아직 2017 크리스마스마켓 시즌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컵에는 2016년으로 새겨져 있다. ㅠㅠ
가격은 6.5유로인데 컵 가격이 포함된 거라 컵을 돌려주면 3유로를 돌려주고 아니면 기념으로 집에 가져가는거 ㅋ 이왕 사마셨으니 기념으로 가져가야지~ 룰룰루~~

다시 기차역을 향해 돌아가는 데, 여기에도 인간 동상(?)이 있다.

광대 옷을 입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게 칠해 놓고 동상처럼 서 있는 사람

몇 장의 사진을 찍고 1유로를 던져 넣었는데... 갑자기 이 사람이 카메라를 달라고 손짓을 한다.
카메라를 건네 주니 이리 저리 살펴보고 자기가 몇 장 찍어보더니 자기 사진을 찍으라고 무언의 협박(?)을 ㅋㅋㅋ

약간 떨어져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렌즈를 붙잡고서는 가까이서 찍으라며 ㅋㅋㅋ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막 자기가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한다 ㅋㅋㅋ

렌즈 앞에 가까이 몸을 들이 밀고 80도 가량 몸을 튼 자세로 카메라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몸을 살짝 뒤로 젖힌 채 왼 팔을 앞으로 뻗고 오른 손을 가슴에 얹은 채 눈을 감고 깊은 사색에 빠져있는 듯한 포즈

카메라 앞에 바짝 붙어서 오른손 검지를 펴 카메라 한 가운데를 가리키며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여태까지 이런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는데 ㅋㅋㅋ 돌아가는 길에 완전 유쾌 ㅋㅋㅋ

다시 발길을 돌리는데 어라??? 뉘른베르크에 케테 볼파르트 크리스마스 상점이 있다!! 본점은 로텐부르크인데 뉘른베르크에도 작게 지점이 있는건가 보다.

잠깐 들어가 구경해보니 여기는 확실히 로텐부르크에 비하면 완전 축소판이다 ㅎ

눈 내린 지붕의 건물들과 가운데 우물 주변으로 있는 많은 사람들을 미니어처로 만든 목각 인형 장식

다행히 이미 로텐부르크에서 면역이 되어서 여기서는 지갑이 열릴만한 충동까지는 오지 않았다 ㅋ
하.. 지금도 로텐부르크에서의 케테 볼파르트를 생각하면 지갑이 동날것만 같다 ㅠㅠ 사오고 싶어 ㅠㅠ

* 여행 전체 사진은 flickr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