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출근길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통해 JTBC의 "[인터뷰] 명성교회 측 '세습' 아닌 민주적 절차 거친 '승계'"라는 기사를 접하고나서 이게 얼마나 신박한 헛소리인지를 평신도 입장에서 반박해본다. (기사 원문에 이미 실명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이후 인용 부분에서도 실명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명성교회 장로의 답변에 대한 반박만 포스팅 하니, 궁금한 분은 기사 원문과 함께 보시길...
세습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김재훈/명성교회 장로 : 그 이유는 가장 민주적이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승계가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저는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후임자로서 자격이 없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인 대다수가 원해서 가장 적합하고 정당한 민주적인 절차를 걸쳐서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청빙이고, 그런 평가였다면 왜 이것을 세습이라고 굳이 표현을 하고 안 좋은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겠습니다, 앵커님.
일단, 명성교회가 속해있는 기독교 예장통합에는 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교회법 존재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중 제 2편 정치 제 5장 목사 제 28조 목사의 청빙과 연임 청원 6조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 청빙에 있어, 아래 각호에 해당하는 이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 할 수 없다. 단 자립대상교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①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②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그리고, "세습" 이라는 단어의 뜻을 보자.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
대를 이어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을 "세습"이라 칭한다. 교회에서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직에 직계비속을 청빙하는 것을 "세습"이라 부르는 것은 지극히 국어사전에 의해 맞는 표현이다.
가장 민주적이면서 정당한 절차??
일전에도 이와 관련하여 포스팅 한적이 있는데,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는 언제나 함정을 가지고 있고, 옳고 그름의 문제에 다수결의 원칙을 끼워 넣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본다.
그의 말대로 교인 대다수가 원해서 정당한 절차를 걸쳐서 이루어진 승계가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느냐라고 따진다면, 이 말씀들을 떠올려보면 될 것 같다.
백성이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모여 백성이 아론에게 이르러 말하되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
모세가 시내산에 오른 동안 백성"들"이 원하여 매우 정당하게 요청하여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이게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빌라도가 이르되 진리가 무엇이냐 하더라 이 말을 하고 다시 유대인들에게 나가서 이르되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였노라. 유월절이면 내가 너희에게 한 사람을 놓아 주는 전례가 있으니 그러면 너희는 내가 유대인의 왕을 너희에게 놓아 주기를 원하느냐 하니. 그들이 또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이 아니라 바라바라 하니 바라바는 강도였더라
익히 잘 알고 있는 말씀이다. 빌라도가 유대인들에게 누구를 놓아주길 원하느냐 했을 때, 절대 다수가 바라바를 놓아달라 청(?)했다. 그야말로 지극히 다수결에 따라, 아주 정당한 절차를 걸쳐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게 했다.
교인 대다수가 원해서 정당한 절차를 걸쳐서 이루어진 승계가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느냐?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다수결에 따라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교회 헌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법을 어기면서까지 직계비속을 청빙하는 것이 민주적이라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순이 아닌가?
모든 과정이 정당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든 교인들이 예배를 적극 참여한다?
김재훈/명성교회 장로 : 물론 일부 반대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직접 이 안에 와서, 명성교회 내부 사정이나 명성교회 예배 광경을 지켜보신 분들은 절대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없을 겁니다. 명성교회 와서 직접 예배를 드려보시고 교인들의 예배 자세라든가 예배를 드리는 모습들을 보면 아마 이런 말씀들은 일거에 사라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특히 승계 절차나 모든 과정이 정당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든 교인들이 예배를 적극 참여하고 신실하게 신앙생활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내부에서 세습에 반대하는 사람은 명성교회에서 예배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미인데, 이런 신박한 헛소리가 어떻게 가능한 건지 진짜 궁금하다.
물론 그러한 문제가 그 교회 내에서 예배하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데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인들이 예배에 적극 참여하고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반대하는 이들이 없다거나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 세습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조차도 없다.
예배와 신앙생활은 자신이 속해있는 교회나 목사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한 분을 바라보고 하는 것인데, 승계 절차나 모든 과정이 정당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예배에 적극 참여한다는 헛소리는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현재 나는 28년 동안을 몸 담았던 교회를 떠나 있고, 그 교회를 떠난 이유 역시 교회 안에서의 문제들로 인해서다. 하지만, 그 문제 때문에 내가 그 교회에 있는 동안 예배를 적극적으로 드리지 못한다거나 신앙생활을 영유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문제는 전혀 없었다.
만일 명성교회 장로의 말대로라면, 내가 그 교회에서 담임 목사의 교회 운영에 대해 반발(?)하고 있던 7년 동안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어야 했고, 신앙생활 역시 신실하지 못했어야 했다. 돌아보건데, 교회 내부의 문제는 예배나 신앙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단지 "그" 교회를 떠나게 했을 뿐이고 새롭게 건강한 공동체를 찾아 다니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세습이 아니라 계승이다?
김재훈/명성교회 장로 : 그렇습니다. 승계 또는 계승이라는 용어가 맞지 왜 굳이 북한에서나 쓰는 이런 용어를 서로 거부감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런 용어를 누가 과연 만들어냈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가고요.
세습이 북한에서나 쓰는 용어라는데 일단 피식. 일단 계승의 의미부터 보자.
- 조상의 전통이나 문화유산, 업적 따위를 물려받아 이어 나감.
- 선임자의 뒤를 이어받음.
계승과 세습은 물려받는 다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고, "대를 잇는다"에 대해 차이가 있다. 명성교회를 김하나 목사가 물려 받는데 "세습"이 아니라 "계승"이라 불러야 맞다는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 단순히 "세습"이 언급되는 컨텍스트 자체가 부정적이라서는 아닌가?
대를 이어서 목회직을 세습하는 거라면 개인적으로 why not? 이다. 하지만 교회당을 세습하는 거라면 난 why? 다. 목회직의 세습과 교회당의 세습은 서로 다르다. 목회직의 세습은 소명이요, 교회당의 세습은 재물, 명예, 권력의 문제다.
김재훈/명성교회 장로 : 아니, 그러니까 똑같은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에 있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과 아드님이 아주 아름다운 승계를 해서 목회를 잘하고 계시고 우리나라의 정치하는 분들이 아버지 국회의원, 아들 국회의원 잘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러면 세습이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우리 사장님? 한번 답변을 해 주시면 어떨까요.
일전에 Richard Halveson 목사가 미국 교회에 대해 이러한 진단을 했다.
In the beginning the church was a fellowship of men and women centering on the living Christ. Then the church moved to Greece where it became a philosophy. Then it moved to Rome where it became an institution. Next, it moved to Europe, where it became a culture. And, finally, it moved to America where it became an enterprise.
이러한 비판이 있었다라는 건 알고나 "아름다운 승계"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지역구의 국회의원과 지역구 사람들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반면, 교회라는 폐쇄성을 가진 교인들과 담임 목사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제법 높다. 국회의원 아들이 국회의원을 하는 것은 직업에 대한 세습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이들의 투표에 의한 것이기에 세습이 되지 않을 뿐이다. 반면 교회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곳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내부에서 찬성하는 일을 외부에서 논란을 제기하는건 명성교회인들의 신앙에도 옳지 않다?
김재훈/명성교회 장로 : 아드님이 문제가 있거나 예를 들어서 자격이 없거나 그렇다면 그런 걸 가지고 문제 삼는 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특히 저희 교회는 모든 승계 절차를 정당하게 거쳐서 청빙위원회가, 각 교회 각 부서 대표들로 구성된 청빙위원회가 대상자를 엄중하게 선정을 했고 당회에서 투표를 했고 또 의결 과정을 거친 후에 공동의회를 개최해서 공동의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 과정을 거쳐서 반대가 26% 정도가 나왔습니다. 찬성은 74% 나왔고. 이런 정당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과정에 자꾸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다수의 명성교인들이 찬성하는 일을 외부에서 자꾸 이걸 논란을 제기하는 건 명성교회인들의 신앙에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수결의 원칙을 철저하게 내세워서 찬성이 74% 반대가 26% 정도이므로 우리는 정당하게 처리된 문제이다 라고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많은 이들이 이는 옳지 않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있다.
참으로 궁금한 것이 그러한 논리를 내세운다면, 교단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은 옳지 않다는 표가 다수라면 그것을 수용할 것인가 라는 부분이다. 만일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 논란을 제기하는 것과 "신앙에 옳지 않다"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습은 옳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면 명성교회 교인들의 신앙이 틀린 것이 되나? 그렇다면 아마도 그들의 신앙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아니라 김삼환 목사에 대한 신앙인가 보다. 그래야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그들에게 옳지 않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