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미리 이야기 하지만, 모든 웹 기획자가 이렇다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며, 웹 기획자를 깍아내리거나 할 의도는 1도 없다. 앞선 포스트와 마찬가지로 어쩌면 웹 기획에 대한 이해가 1도 없는 상태에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일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웹 기획자는 사실 국내에만 존재하는 직업이다
우선 재미있는(?) 사실은 웹 기획자라는 직업은 사실 국내에만 존재하는 직군이라는 점이다. CSS Tricks의 집필진인 Chris Coyier가 포스팅 한 Job titles in the web industry가 2013년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웹 기획자라는 직군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뭐, 국내의 웹 기획에 관련된 포스팅들을 뒤져 보아도 국내에만 웹 기획자라는 직군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위여부는 독자분들에게 맡긴다.
국내에서 대다수 웹 기획자는 UI 설계자에 가깝다.
일단 틀린 명제일수 있다. (Project Manager로서의 기획은 일단은 제외하고라도 말이다.)
내가 웹 기획을 했던 것은 거의 9년전 일이고 당시에는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보조 정도의 역할만을 담당했었기
때문에 더욱이 짧은 식견으로 보고 쓰는 글일 수 있다.
하지만, 근 7년간 웹 개발자로서 웹 퍼블리셔로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웹 기획자로부터 전달받는 그들의 산출물은 언제나 wireframe과 각 구성요소들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 스토리보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UI 설계(design)은 Web Designer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고, 기획자는 사용자에게 어떠한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 설계를 해야 하고, 각 페이지에서 어떠한 콘텐츠에 집중하게 할 것인지, 사용자가 왜 이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기획의 업무일 것으로 생각한다.
웹 기획자가 웹을 모르는 기이한 상황
사실 꼭 웹 기획자가 아니라, 앱 기획자가 앱을 모르는 상황에도 동일하다.
앞서 포스팅 한 "웹 디자이너는 페인터(painter)가 아니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Web Browser(혹은 iOS, Android)를 이해하지 않고 wireframe을 그려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야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부분이 훨씬 더 많으니 여기서는 차치하고, 웹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자.
웹이라는 문서에 대한 문서 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않은 채 그저 그리고 싶은 모양을 그려내느라 문서의 계층 구조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거나, 웹 접근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UI를 만들어내어 접근성을 해치는 결과를 만들어 내어 놓거나, 반응형에 대한 이해도 없이 portrait 설계만을 가져와서 모든 기기에 대한 구현을 요구하거나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일전에, 검색 페이지에 대한 기획안과 디자인 산출물을 전달 받고 개발에 앞서 검토를 하는데, 검색바, 검색 결과, 검색 도움말, 검색 사용법, 검색 결과 예제의 순서로 문서가 표현되고 심지어 검색 결과와 검색 결과 예제는 동일한 등급(rank)로, 검색 도움말과 검색 사용법은 검색 결과나 검색 결과 예제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서 구조를 가지는 모습의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문서의 구조가 명확히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지 사용자가 어떤 순서로 정보를 습득하기를 원하는지를 물었으나, 돌아온 것은 "A사이트가 이렇게 되어 있으니 그냥 A사이트와 동일하게 나오면 된다."라는 답변이었다.
A사이트 역시 문서의 구조나 콘텐츠의 선형화 따위는 고려되지 않은 상태다. 그걸 물으러 갔더니 잘못 되어있는 사이트를 본으로 삼아놓고는 잘못된 것 조차 판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맷돌에 그게 없는 상황이다.
웹 기획자가 웹 개발에 대한 모든 내용을 깊이있게 알 필요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적어도 웹을 소비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인간이 아니라 기계도 있다는 점 등), 웹을 이루는 기술이 어떠한 것들인지, 그것들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알지 못한다면 적어도 각 개발자들의 피드백이나 제언에 귀를 기울일줄 알거나, 지속적으로 웹 기술에 대한 최근의 아티클들은 읽어보고 있어야 할터이다.
기획자는 delivery man이 아니다
기획자는 마케팅 부서, 사업 기획 부서 등의 요청을 by pass하여 전달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아니다. 해당 요청에 대한 의도와 목적이 서비스에 과연 적절한지, 합당한지등을 판단하고 수용 혹은 반려를 해야 하고, 수용한다면 이를 서비스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서비스에서 어떻게 활용하게 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가공해야 하는 일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헌데 대다수 클라이언트의 (내부와 외부 모두) 요구 사항을 그저 어떻게든 쑤셔 넣어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물론 앞서 이야기 했듯 모든 기획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기획자는 해당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무엇을 집중시킬 것인지, 사용자의 동선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앞뒤 컨텍스트를 어떻게 연결 시킬 것인지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저 요구 사항이 이러하니 여기다 넣어달라 wireframe을 그려놓고 전달하는 전달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전문성을 갖추어 주었으면...
내가 정말 실력이 좋은 기획자를 만나본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기획자의 산출물은 별반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내가 기획자의 전문성이 무엇이다라고 딱 잘라서 이야기 할 수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그들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적어도 본인이 기획하고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사용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무엇을 통해 보여줄 것인지, 사용자에게 어떠한 사용 경험을 줄 것인지,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reasonable한 요구인지를 판단하여 수용할 것인지 반려할 것인지 다른 방안을 세울 것인지 등에는 충분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그저 상위의 혹은 타부서의 요구 사항을 wireframe으로 그려내어 by pass하는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전문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전문성을 갖춘 이라면 by pass가 아니라 서비스 혹은 사이트 전체를 놓고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를
고민하고 합당한 형태의 콘텐츠로 가공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직급이나 지시사항으로 합당하지
않은 콘텐츠를 억지로 쑤셔 넣도록 요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그런곳은 빨리 탈출하는 것이
낫지 않으려나... =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