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9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국민의 권리로서 그리고 의무로서 내가 앞으로 살아갈 4년간의 삶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하려 어제까지로 여행 일정을 잡고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 외출할 채비를 하고 투표소를 들러 한 표를 행사하고 왔다.
오후 6시 현재 72.7%의 투표율이 진행되었고, 이제 1시간 반만을 남겨두고 있다.
인터넷으로 뉴스 기사를 접하고 있다보니, 여전히 가끔 보이는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라는 덧글이 눈에 띄었다.
투표하지 않을 권리? 세상에 그런 권리가 있나?
“권리”라는 미묘한 뉘앙스의 단어를 택해서 마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이 과연 성립가능한 이야기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것은 모순이고 생각이 짧은 이들의, 투표가 귀찮은 이들의 핑계거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권리'라는 표현은 사회 시스템의 범주 안에서 사용되고, 그 시스템 안에서 정의된다. 때문에 '권리'는 그 사회가 유지 될 수 있는 범주로 규정되고, 그 '권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게 행사하여도 사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아야 '권리'가 보장된다.
일례로, 만일 '살인'에 대해서 개인의 권리라고 해보자.
만일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모든 사람이 죽는다. 이는 곧 사회 시스템의 존속이
불가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누구나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살인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자유요 권리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 생각하나? 그렇다면 '출근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 해볼까?
만일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사회 시스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없을 것이다. 대중교통은 모두 all stop 되고, 마트나 상점들 모두 문을 열지 않고, 사고가
나도 구조대원들이 도착하지 않을 것이며… 등등 난리가 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가하고 우리가 '출근하지 않을 권리'를 말할 수 있음은 '휴가'라는 제도를 통해 이 권리를
특정한 '제한 사항'내에서 사용함이고, 나 대신 누군가가 대신 하고 있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에 (제한된)
'권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투표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한다고 가정해보자. 대통령도 뽑지 않고 국회의원도 뽑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은 유지 될수 있을까?
대의민주주의 사회 시스템에서 모두가 투표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 시스템은 성립이 불가능하다.
'투표하지 않을 권리', 말은 뻔지르르해보이지만, 사실 나 하나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은 '타인들이
투표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즉, 이것은 권리가 아니라 단지 타인의 결정에 대한 무임승차나 다름없다.
(그래고 개인적으로, 이런 인간들일 수록 나라가 어쩌고 대통령이 어쩌고 더 하더라. 투표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누굴 욕할 정당성이 과연 있을까?)
지난 겨울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촛불'이 회자됨은, 단순히 문자 그대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 “개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라는 데에 있다.
이것이 권리 행사이고 사회 시스템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에 '촛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