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둘러보다가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횡단보도는 어떤 신호에서든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타이틀의 YTN 동영상이었다. 기사 원문
할머니들이 횡단보도를 다 건너기도 전에 차량이 지나가 사고가 날 뻔했다면서 해당 차량을 문제의 차량으로 표현하며 차주의 잘못으로 영상을 구성해 두었는데 과연 정말 차주의 잘못인지 이상한 촉이 들어 영상을 면밀히 살펴 봤다.
영상을 자세히 보고 있자면, 맨 앞의 사람이 횡단보도 끝에서 6번째 흰 줄을 지날 때 빨간불로 전환되어지는 것이 보이고
영상 초반에 횡단보다 왼쪽 끝의 신호등에 파란 불이 2개가 있고 위 쪽것이 깜박이는 것으로 보아 아래 파란불은 빨간불로 전환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처음 영상이 시작 될 때 횡단보도 위에는 4명의 사람이 있었고, 첫 번째 캡쳐본과 비교하여 보면 불과 흰 선 2개를 지났을 때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었다.
즉, 이 3개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신호등에는 빨간 등까지의 남은 시간을 표기해주고 있었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4명의 사람이 건너고 있었다라는 거다.
잠시 뒤 차도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에 보면 맨 앞의 사람은 지나가는 아주머니고, 나머지 3명이 할머니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두 갭쳐 사진을 보자, 두 사진은 뒤쳐졌던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언제 건너기 시작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첫 번째 캡쳐 본에서 보면 아직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파란 불이고 이제 막 뒤의 그 할머니가 횡단보도로 진입하는 것이 확인된다.
그리고 두 번째 캡쳐 본에서 보면, 곧바로 빨간 불로 바뀌어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뒤쳐진 할머니 쪽을 확대해서 보면, 횡단보도에서 이제 한 두 걸음 정도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 블랙박스의 시계가 2014/05/18 22:15:08로 시작될 때 맨 앞의 아주머니가 횡단보도 반 즈음에 와 있었고
- 블랙박스의 시계가 2014/05/18 22:15:09를 가리키고 있는 중에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다.
- 따라서 횡단보도 신호 등의 빨간불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는 1 이나 2였을 확률이 매우 높다.
- 뒤쳐진 할머니는 파란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으나, 두 세 걸음을 떼었을 때 빨간 불로 바뀌었다.
- 차도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뀐 것은 블랙박스의 시계를 기준으로 22:15:16 이다.
- 문제의 차량이라고 지칭한 차량이 지나가는 시점은 22:15:24이다.
- 차량이 지나가는 속도를 봤을 때, 멈추어 섰던 차량이라기 보다는 달려오던 차량으로 추측된다.
YTN에서는 오로지 신호만 보고 그대로 질주한 차량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이어질 뻔 했다라고 하며 어떤 신호에서든 보행자가 우선이라며 페이스북에 이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이 올라온 것이 2015년 11월 24일이다.
위 상황들을 가지고 볼 때, 과연 이 영상에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과 YTN이 영상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는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내 언론들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얼마나 편집된 컨텐츠로 자기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쪽으로 편향되게 만드는지를 세월호를 통해 여실히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행자 역시 신호를 준수해야 하는 것이 옳다. 빨간 불까지 1, 2초만이 남은 상황에서, 두 세걸음을 뗀 상황에서 빨간불로 바뀌었다면 건너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더 적절하며 옳은 행동이다.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이 차량 한 대를 문제가 있다는 양 지적질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잘못된 판단이다.
지난 11일 보행자의 날에 JTBC에서는 횡단보도에서의 사고 과실률에 대해 설명할 때, 녹색 등의 점멸신호는 보행자가 횡단을 하지 말라는 뜻임을 알렸으며 빨간 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이 들이닥쳐 사고가 났을 경우, 5대 5나 6대 4로 보행자의 과실을 상당히 많이 본다고 알렸다.
과연 저 영상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차량은 어떤 상황에서도 횡단보도의 보행자를 주의해야 함인가 보행자가 신호를 무시하면 위험하다는 것이어야 하는가.
솔직히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는 노인분들이 매우 많고, (정말이지 출근시간이나 주말에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으면 최소 한 명은 꼭 무단횡단을 한다) 심지어는 손주 손을 잡고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너는 것도 더러 보게 된다.
만일, 그 문제의 차량이라며 지적한 그 차의 차주가 그 할머니를 발견하지 못해서 혹은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해 제동 거리가 충분하지 않았을 때 그 할머니를 치기라도 했다면, 이 차주는 보행자 우선을 지키지 않은 까닭으로 사람을 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운전을 부주의 해서가 원인일까? 아니면 보행자의 잘못이 문제일까?
이 컨텐츠를 제작한 YTN의 담당자는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영상을 보고, 이 영상에 그런 내용을 담을 생각을 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과연 생각이란 것은 하고 만든 것인지, 과연 적절한 영상인지를 판단하기는 한 것인지, 그냥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 잘 담아서 만들면 사람들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거라고 안이하게 생각을 한 것인지, 내가 또라이라서 이 영상을 자세하게 톺아본 것인지….
설사 내가 또라이라서 그랬다 하더라도, 적어도 “언론”이라면,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